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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 최고의 걸작-테드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by 우식장 2025. 3. 22.

1967년 뉴욕 출생, 중국계 이민 2세로 태어난 테드 창은 데뷔 이래 발표한 중단편 소설이 고작 15편정도에 불과함에도 현존하는 최고의 과학소설가로 꼽힌다.

 

2016년 발행된 이 책에서 테드창이 구축한 8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자연 법칙이나 상징체계와는 판이하게 다른 또 다른 세계.

테드 창의 소설을 읽기 힘든 이유,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존에 내가 가진 상식, 인식의 틀 안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그 전환은 쉽게 되는 게 아니다.

내가 가진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함은 물론 모든 지식- 과학적, 수학적, 물리적, 종교적, 철학적 ,역사적 심지어는 언어학적 지식까지- 총동원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그 어떤 지점에 이 소설들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몇년 전 이 책을 구입해 놓고 읽어 볼 결심이 들 때마다 번번히 어떤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 벽을 힘겹게 넘을 때마다 얻는 성취감도 있지만 그 보다는 놀라움,

세상을 이렇게 깊고 넓고 다양한 차원으로 인식할수도 있다는 경이로움 속에 그저 감탄하며 읽다보며 다음과 같은 추천사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된다. 

나는 사람의 정신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일 년에 최소 52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신이 만약 1권밖에 읽을 시간이 없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주노 디아스(퓰리처상 수상작가)의 추천사 뒷표지

작가 설명- 책 날개

 

수록작품 8편

 

수록 작품 차례

 

직접 읽어 보지 않으면 의미없는 일이지만 일단 각 소설의 내용을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바빌론의 탑

-구약 성서 속 바벨탑을 실제로 하늘의 천장까지 닿게 쌓아 올리려한 바빌로니아인들의 집념에 대한 공학적 접근

이해

-고도로 강화된 지능을 가진 두 인간의 투쟁, 인간 지능의 한계는?

영으로 나누면

-평생을 바쳐 연구한 학문, 수학의 허구성? 모순을 직면한 어느 수학자의 절망에 대한 이야기

네 인생의 이야기

-외계인의 언어로 인간의 미래를 볼 수 있게 된 언어학자의 운명론적 선택.

일흔 두 글자

-이름에 영혼을 불어넣는 기술이 과학적으로 기능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지적 모험담.

인류 과학의 진화

-인류과학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과학자와 과학 발전의 혜택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못하는 세상.

지옥은 신의 부재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적과 천사의 시현이 일상화된 세계에서 한 개인이 겪는 존재론적 고뇌를 다룸.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다큐멘터리

-외모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느끼는 뇌의 기능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칼리아그노시아)를 사용에 관한 여러 입장들.

이중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은 네번째 수록작인<네 인생의 이야기 The story of your life>

아마도 2017년 프랑스 감독에 의해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기 때문일 듯.

 

네 인생의 이야기->영화 컨택트

소설에서 설정을 가져왔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각색된 부분도 더러 있다.

지구상에 거대한 반원형의 외계인 기계장치 112개가 출현한다. (영화에서는 12개로 설정됨)

비활성상태는 거울처럼 보이는 이 물체를 채경이라 부르고 그 안에 생명체 문어를 닮은 헥타포드

(그리스어로 헥타는7, 포드는 다리)가 있다.

외계인의 방문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언어학자인 루이스뱅커스는 물리학자 게리와 팀을 이뤄 이 중 하나의 채경을 맡아 외계생명체의 언어를 분석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 과정에서 루이스는 어순, 시간 등에 따라 순차적인 방식으로 발달한 인간의 언어와 완전히 다른 헵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헵타포드의 언어는 단어로 분할되지 않으며 정교한 그래픽의 집합체로 보이며 이는 그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즉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그 근원에 깔린 하나의 목적을 지각한다는 세계관에 가 닿는다.

루이스는 외계인의 언어를 습득한 과정으로 자신의 미래, 아니 자신의 삶을 전체적으로 그려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고 자신이 게리와 결혼하여 딸을 낳고 그 딸이 스물다섯살 까지 살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사실 이 소설, 이 영화의 시작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딸에게 보내는 루이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마치 과거를 들려주듯~

영화에서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침공을 막아낼 시간은 15시간이 주어져 있으며 주인공들의 활약으로 무사히 위기를 넘긴다는 설정이 추가되어 있지만 소설에서 그런 설정은 전혀 없다.

그저 루이스가 자신의 미래, 운명, 전체 삶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물리학적, 철학적, 종교적 접근을 통해 보여진다.


광선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선택하기 전,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목적지가 다르면 가장 빠른 경로도 바뀔테니까

-200쪽

 

자유의지의 존재는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의지란 의식의 본질적인 일부이다.

아니, 정말로 그런 것일까? 미래를 아는 경험이 사람을 바꿔 놓는다면?

이런 경험이 일종의 절박감을, 자기 자신이 하게 될 행동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불러일으킨다면?

-210쪽

자신의 미래를 알고서 회피하거나 바꿀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자신의 미래가 아닐 것이다.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이 평범한 말을 이토록 어렵고 고급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스물다섯살에 이별할 딸이지만 그리고 그보다 더 일찍 헤어질 남편이지만 그 모두를 선택(또는 수긍)하고

일상의 순간 순간 너무나 평화롭고

지극히 사랑하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루이스의 담담한 영화 속 나레이션이 오래도록 남을 걸작이라고 여겨진다.

마무리- 작가의 말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눈을 떼지 못한 테드 창의 작가 노트 문장들을 옮긴다.

" 스티븐 호킹은------ 우리가 미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애를 태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 내 입장에서는 미래를 기억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연약하고 의심할 줄 모르는 나의 갓난애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나는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제 그들은 이미 다 자란 어른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친구들의 말로가 어떨지도 알고 있다. 그들 중 다수가 이미 은퇴했거나 죽었기 때문이다.

------ 스티븐 호킹을 포함한 나보다 젊은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내심을 가지도록.

제군의 미래는 제군을 잘 알고 있으며 제군이 어떤 인간이든 간에 사랑해주는 개처럼

제군의 발치로 달려와 드러누울 것이므로-"